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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정윤미 기자 = 기자로서 법원을 2년 가까이 출입하면서 취재가 어려운 사건을 꼽으라고 한다면 단연 성폭행 범죄일 것입니다. 자칫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이유로 취재에 많은 제약이 따릅니다.
재판부는 증거 조사나 피해자 보호가 필요하면 재판을 비공개로 진행합니다. 판결문을 구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선고를 마치고 '판결 내용을 공시하겠습니까'라고 묻는 재판부 말에 동의할 피고인은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성폭행 사건은 피해자 보호를 최우선 원칙에 두고 보도돼야 합니다. 죄질에 비해 피고인 형량이 적다고 느껴질 때도 다반사입니다. 수면 아래 피해자의 원통함 꿈에론무직자대출 과 판결의 부당함을 알려 조금이나마 범죄 근절에 도움이 됐으면 합니다.
이 같은 바람으로 그날도 성폭행 사건 법정으로 향했습니다.
지난 1월 23일. 강간상해·불법 촬영 등 혐의로 구속기소 된 30대 후반 남성 A 씨의 결심공판이 있던 날입니다. 검찰에 따르면 '관상가'로 알려진 A 씨는 대낮에 폐쇄회로(CC)TV가 설 기대출과다자 대출 치된 자기 집에서 피해 여성과 술을 먹다가 졸피뎀을 먹여 강간·상해를 입힌 혐의 등을 받습니다.
재판이 시작 10분 만에 비공개로 전환되면서 저를 포함해 방청객 4명은 법정 밖으로 나와야 했습니다. 복도 의자에 앉아서 비공개 재판이 끝나기만을 기다리던 중 한 중년 남성이 저에게 다가왔습니다.
"누구시냐" "기잡니다"
연말정산통신비 침통한 표정으로 저를 빤히 쳐다보시길래, 공손하게 명함을 건네며 인사했습니다. 그러더니 이 남성은 제 모습을 위아래로 훑더니 "아버지"라고 했습니다. 나머지 두 명은 어머니와 남동생이라고 했습니다.
"아, 피해자분 아버님이실까요" "아니" "그럼…" "피고인"
살짝 당황했습니다. 성폭행 피고인 가족과의 조우 영어학원 강사 는 처음이었습니다. A 씨 아버지는 제 명함과 얼굴을 번갈아 쳐다봤습니다. 그러고는 "기사 쓰지 말라"고 엄포를 놓았습니다. "내 아들을 위해 나는 뭐든 할 수 있는 사람"이라며 "내 아들 앞길 막으면, 가만 안 둔다"고 압박했습니다.
부모의 마음이 완전히 이해되지 않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차분히 설명해 드렸습니다. 피해자 입장도 kb 마이너스통장 들어보면 좋을 것 같다고. 기사화돼도 A 씨 신상정보는 공개되지 않을 거라고 안심도 시켜드렸습니다. 그러나 소용없었습니다.
"너는 안 당할 것 같니"
'기사를 쓰지 않겠다'는 답을 듣지 못해서였을까. A 씨 아버지는 입술을 꽉 깨물면서 급기야 저를 향해 이같이 말했습니다. 옆에 앉아 있던 어머니는 이 상황을 말리기는커녕 고개를 돌렸습니다. 남동생은 멀찌감치 떨어져 법정 출입문 앞만 서성였습니다.
'나는 무얼 당하게 되는 걸까'
뭐라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위협이었습니다. 주위를 둘러보니 긴 복도에는 저와 세 가족뿐이었습니다. 더는 대화가 안 될 것 같아서 입을 꾹 닫았습니다. 아무렇지 않은 척 의자에 앉아 노트북을 열었습니다.
화끈거리는 얼굴은 마스크로 가릴 수 있었지만, 떨리는 손은 주체할 수가 없었습니다. 두려운 감정을 애써 외면하려 했던 것 같습니다. 협박에 굴복하지 않으려고 말입니다. 그러면서 왜 자꾸 이런 생각이 드는지 모르겠습니다.
'내가 남자였어도 그런 말을 했을까.' '내가 남자였다면 그 말에 위협을 느꼈을까.'
오늘날 여성은 과거와 비교하면 보다 자기 의지와 노력으로 원하는 삶을 살 수 있는 세상입니다. 그렇게 믿고 살아왔습니다. 그런 여성이어도 성폭행을 비롯해 각종 범죄 앞에서 여전히 약자일 수밖에 없는 것 또한 현실임을 실감합니다. 오늘은 '세계 여성의 날'입니다. 다시금 이날의 존재 이유를 생각해 봅니다.
younm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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