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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덕=연합뉴스) 손대성 기자 = 28일 오전, 경북 영덕군 지품면 수암리.
이 마을은 새벽에 비가 좀 내려 땅이 젖어 있었다.
그러나 산불에 탄 집 가운데 일부는 여전히 연기가 피어올랐다.
지난 22일 의성에서 시작된 산불은 강풍을 타고 영덕까지 빠른 속도로 번졌다.
지품면 일대는 지난 25일 밤 산불이 확산하면서 대부분 마을이 피해를 봤다.
특히 34번 국도를 따라 주변에 펼쳐진 마을은 온전한 곳이 드물었다.
폭격을 맞은 듯 많은 집이 무너져 있었고 매캐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대다수 주 수습기간 급여 민은 영덕읍에 있는 대피소에 임시로 거주하고 있어 마을에는 인기척을 느낄 수 없었다.
영화에서 볼 법한 '유령마을'이란 느낌이 저절로 들 정도였다.
그나마 타지 않은 집에서는 한 주민이 연신 물로 청소하고 있었다.
이 주민(75)은 "청소를 해도 해도 끝이 없다"며 "집 빼고는 창고 여러 개가 다 탔고 지방은행 세탁기 등 가전제품이나 창고에 있던 깨, 소금 다 탔다"고 말했다.
당장 전기나 가스 공급이 끊겨 식사조차 버겁고 추워서 잠들기도 어렵지만 집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에 대피소에 가지 않고 머물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25일 저녁에 산불이 닥쳐서 대피했다가 밤 12시 다 돼서 왔는데 집 주변이 계속 타고 있었다"고 말한 뒤 우리은행 공인인증센터 말을 잇지 못하고 흐느꼈다.
영덕군 지품면 수암리 불탄 집에서 피어오르는 연기 [촬영 손대성]
인근 복곡리도 산불에 주택이 여기저기 타면서 처참한 모습이었다.
이 마을도 휴대전화가 연결되지 않고 우리은행프리워크아웃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 마을회관에 너댓명만 있을 뿐 대부분 대피소에 간 상황.
한 80대 주민은 "불이 번지자 옷만 입은 채 그대로 나왔다"며 "집도 다 타고 아무것도 없다"고 힘 없이 말했다.
복곡리 고동골도 다 탄 집이나 창고의 뼈대만 남아 앙상한 모습이었다.
이곳에서 만난 한 주민(62)은 "청송 파 상병급여 천까지 산불이 번졌다고 해서 밖으로 나와 보니 멀리서 흰연기, 검은연기, 불이 차례로 보였다"며 "산불이 순식간에 닥쳐 차를 타고 나갔는데 사방에 패널과 불똥이 날아다녀 어떻게 대피했는지도 모르게 대피했다"고 말했다.
그는 "양봉업을 하는데 벌이 다 사라졌고 창고, 차도 다 탔다"며 "평생 일군 것을 한 방에 날렸다"고 울먹였다.
영덕군 지품면 내 산불로 타버린 자동차 [촬영 손대성]
차를 타고 간 원전리나 청송군과 경계 지점인 황장리도 살풍경했다.
아직 불이 덜 꺼져 흰연기가 피어오르는 집, 벽돌이 무너진 주택, 철판만 널브러진 창고 등이 가득했다.
사과나 배, 복숭아 등 과수원에서 피해를 본 곳도 많다.
농업인들은 과일나무의 경우 침엽수보다는 내화력이 강하지만 불길이 닿은 만큼 앞으로 생육에 지장이 있을 것으로 본다.
산불로 집과 차가 탄 것도 문제지만 아직 전기와 통신이 연결되지 않아 많은 주민이 힘들어하고 있다.
지품면 출향인들도 부모나 친척과 연락이 닿지 않아 답답해한다.
한 출향인은 "원전리에 부모님과 친척들이 사는데 대피소에서 다시 마을로 돌아가면 이후 연락할 방법이 없다"며 "얼른 지품면 일대 통신이 복구되기를 바란다"고 하소연했다.
영덕군 관계자는 "지품면에는 산불 피해가 큰데 아직 전기, 통신이 복구되지 않은 곳이 많다"며 "산불 진화를 마무리하면 피해 조사와 임시 복구에 주력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급하게 달려가는 산불 진화차 [촬영 손대성]
영덕군 지품면 산불 피해 주택 [촬영 손대성]
영덕군 지품면 산불 피해지에서 피어오르는 연기 [촬영 손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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